내가 떠나는 날, 나는 웃고 싶다, 배우 박정자의 생전 장례식, 스스로 쓴 부고
인간은 언제나 태어남을 축복받는다. 작은 울음소리 하나에 세상이 들썩이고, 낯선 존재가 처음 숨을 쉬는 그 순간을 위해 많은 이들이 분주히 준비한다. 병원에서 소리를 내며 우는 데도 박수받는 유일한 장소가 있다면, 그것은 산부인과다. 출생은 시작이자 선물이며, 환영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의 반대편에 놓인 죽음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죽음은 고요하고, 준비 없이예고 없이 맞이하게 된다. 침대 위에 누운 채 눈을 감고, 남겨진 이들은 오열하며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받아들인다. 그 순간에 주인공은 이미 자리를 떠났고, 남은 사람들만 그 부재를 수습한다. 부고는 늘 갑작스럽고, 장례는 관행처럼 반복된다. 검은 옷, 하얀 국화, 형식적인 절. 그것은 이별이라기보다 하나의 절차다. 배우 박정자는 이 익숙..
2025.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