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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정치, 조용한 정치의 힘, 진정한 소통의 힘

by 쓸모 & 쓰임새 2025.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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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담에 참석 중이던 이재명 대통령은 멕시코 대통령에게 높은 지지율의 비결에 대해 물었다. 멕시코 대통령은 ‘소통’을 비결로 꼽았다고 한다. 그 멕시코 대통령이 바로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 과학자 출신 정치인, 소통 중심 리더십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이다. 멕시코 정치사에서 매우 독특한 존재이지만, 그녀를 단순히 ‘상징적 여성 리더’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녀는 과거 멕시코 대통령들과 뚜렷이 대비되는 정치 스타일로, 지금 멕시코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전환점을 보여주고 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셰인바움은 누구인가?

출생: 1962년 6월 24일 멕시코시티 출생.

 

학력: 멕시코 국립 자치대학교(UNAM)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에너지 공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과학자로서의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그녀의 정책 결정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족: 리투아니아계 유대인과 불가리아계 유대인 이민자 후손으로, 부모님 모두 과학자였다. 이는 그녀가 학문적 성과를 중시하는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후 변화 전문가인 Jesús María Tarriba Unger와 결혼했다.

 

정치 경력: 2000년대 초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의 환경부 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오브라도르 대통령과는 오랜 정치적 동지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멕시코시티의 틀랄판(Tlalpan) 구청장을 역임하며 지역 행정 경험을 쌓았다.

2018년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당선되어 2023년 6월까지 재임했다. 멕시코시티는 인구 9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로, 시장 재임 기간 동안 환경 문제, 치안 문제 해결, 대중교통 개선 등 다양한 시정 경험을 쌓았다. 특히 친환경 정책 추진과 사회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지지층을 확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정당: 현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가 창당한 좌파 정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 모레나) 소속이며, 모레나는 사회 정의, 빈부 격차 해소, 부패 척결 등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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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정치적 매력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의 정치적 매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학자적 배경과 실용주의:

그녀는 과학자로서의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방식을 정치에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막연한 구호보다는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선호하게 하며, 유권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기후 변화 전문가로서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현대 사회의 중요한 어젠다와 맞닿아 있다. 그녀는 유대계, 여성, 과학자, 좌파라는 다층적인 정체성을 지닌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은 그녀의 정치를 독특하게 만든다. 신념보다는 데이터, 감정보다는 구조, 권위보다는 대화를 중시한다. 그리고 그것은 멕시코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메시지를 던졌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후광: 전 대통령 오브라도르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그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 내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의 '좌파 민족주의' 기조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에게 셰인바움은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다가왔다.

 

여성 리더십: 멕시코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는 여성 유권자들에게 큰 희망과 영감을 주었으며, 사회 전반의 성 평등 인식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공감 능력과 섬세함을 리더십에 녹여낼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및 사회 개혁 의지: 멕시코시티 시장 재임 시절부터 환경 보호와 사회적 약자 보호에 힘썼다. 이는 기후 위기 시대에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양극화 해소를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었다.

 

 

멕시코 대통령멕시코 대통령

 

마냐네라(Mañanera)

 

셰인바움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정치적 언어를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기존 대통령들이 언론을 통해 메시지를 던지고 여론을 동원했다면, 셰인바움은 아침 브리핑 ‘마냐네라’를 진화시켜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플랫폼으로 삼았다. 

 

셰인바움 정권의 소통을 상징하는 제도는 ‘마냐네라(Mañanera)’이다. 원래 AMLO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이 제도는 매일 아침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브리핑을 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셰인바움은 기존의 일방적 발표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질문에 즉답하고, 시민들의 질의도 반영하며, 정치적 이슈뿐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문제까지 다룬다.

 

이러한 방식은 정치인의 ‘접근 가능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정치적 논란에 대한 직접적 해명과 설명을 가능하게 했다. 언론을 거치지 않고 국민과 직접 만나는 셰인바움의 방식은 새로운 소통 정치의 모델로 꼽힌다.

 

질문을 받고, 숫자를 근거로 답변하며, 때론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한다. 이러한 쌍방향 구조의 브리핑은 정치적 쇼가 아닌 행정적 설득과 신뢰 형성의 공간이 된다.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 G7 회담에서 그녀에게 ‘소통의 정치’ 비법을 물었다는 사실도, 바로 이 구조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리더십

 

2020년대 중반의 멕시코는 범죄, 부패, 경제 양극화, 이민 문제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처럼 감정적 호소나 포퓰리즘, 강경 외교가 아닌 냉정하고 조율된 리더십이 필요하다.

 

셰인바움은 권위주의적 스타일에서 벗어나면서도 국정의 중심을 잃지 않는 안정감을 제공한다. 시민들의 요구를 경청하면서도, 행정의 효율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는 권위가 아닌 꾸준함에서 나온다는 정치 철학을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멕시코가 필요로 하는 정치는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정확한 말”이라고 말한다. 멕시코는 이제 막 민주주의의 두 번째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 출발점에서 셰인바움의 정치가 시끄러운 시대 속 조용한 리더십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셰인바움은 전통적인 정치 화법을 철저히 배제한다. 연설 대신 간결한 설명, 카리스마 대신 사실 중심 메시지. 무엇보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직접 소통보다는, 제도화된 대화 구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것이 그녀가 이끄는 ‘조용한 정치’의 핵심이다.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가 배워야 할 점

 

 

한국 사회는 여전히 ‘대통령의 말’에 과도한 의미가 부여되는 정치 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보통 사후 해석되고, 국민과의 거리는 멀다. 이재명 대통령이 셰인바움에게 소통의 비법을 물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셰인바움에게서 한국 정치가 배워야 할 첫 번째는 ‘투명하고 규칙적인 대화 구조’이다. 마냐네라처럼 일정한 시간과 형식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개인 감정이 아닌 국가 메시지 중심의 발화’이다. 감정적 언어 대신, 사실에 기반한 메시지 구성은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셰인바움은 소통을 위해 더 많이 말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오히려 ‘말을 아끼되, 꼭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방식으로 말하는 정치인’이다. 한국 정치에 필요한 건 어쩌면 바로 이 절제된 말, 조율된 메시지, 꾸준한 구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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