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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패권의 재정의: 트리핀의 딜레마와 마러라고 협정 구상

by 쓸모 & 쓰임새 2025.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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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 경제는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기축통화 체제 위에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견고해 보이는 시스템은 오랜 시간 동안 '트리핀의 딜레마'라는 근본적인 모순에 직면해 왔습니다. 국제 유동성을 공급하고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달러의 과대평가를 야기하고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결국 미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경제 정책 구상은 '마러라고 협정(Mar-a-Lago Accord)'이다. 이 구상은 트리핀의 딜레마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며, 세계 경제 질서의 근본적인 재편을 시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과연 마러라고 협정 구상은 트뤼핀의 딜레마를 타개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을까요?

 

 

트럼프의 경제 패권주의

 

 

<목차>

 

트리핀의 딜레마: 기축통화의 그림자

트리핀의 딜레마는 벨기에 출신 경제학자 로버트 트뤼핀(Robert Triffin)이 1960년에 제기한 개념으로, 기축통화 발행국이 직면하는 본질적인 모순을 설명합니다. 국제 거래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기축통화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지만, 이는 기축통화 발행국(현재의 미국)의 지속적인 국제수지 적자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기축통화 발행국이 국제수지 흑자를 기록하면 국제 시장에 달러 공급이 줄어들어 글로벌 유동성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세계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딜레마는 특히 브레턴우즈 체제하에서 달러가 금과 연동되던 시기에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미국이 달러를 과도하게 발행하여 국제 유동성을 공급하면 달러의 신뢰성이 하락하고 금태환 요구가 증가할 위험이 있었고, 반대로 금태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 발행을 억제하면 국제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처했던 것입니다.

 

비록 1971년 닉슨 쇼크로 금태환이 중단되고 변동환율제가 도입되었지만, 달러가 여전히 세계 무역 및 금융 거래의 중심 통화로 기능하면서 트뤼핀의 딜레마는 형태만 달리하여 지속되고 있습니다. 달러의 과대평가는 미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입을 증가시켜 무역 적자를 심화시키며, 이는 결국 제조업 기반 약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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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러라고 협정 구상: 플라자 합의의 재림인가?

'마러라고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잠재적인 경제 철학을 반영하는 개념으로, 특히 스티븐 미란 전 미국 재무부 선임 고문의 보고서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성을 위한 사용자 가이드(A User’s Guide to Rebuilding Global Trade)'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 구상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달러 약세 유도: 가장 두드러지는 목표는 달러의 과대평가를 해소하고 인위적으로 약세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는 1985년 서독, 일본, 영국, 프랑스가 미국과 함께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로 합의했던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성격을 가집니다. 마러라고 협정 구상은 주요 교역국들과의 통화 협정을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무역 적자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2. 쌍둥이 적자 해소: 달러 약세 유도와 더불어 관세 정책, 그리고 때로는 안보 비용 분담과 연계된 협상을 통해 미국의 무역 적자 및 재정 적자, 즉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려 합니다. 특히, 해외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를 만기가 없는 영구채나 장기 채권으로 전환하도록 압박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져, 이는 기축통화 발행국으로서 미국의 재정 부담을 경감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3. 안보와 경제의 연계: 마러라고 협정 구상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보적 이익까지 고려하는 '트럼프 독트린'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안보 보장을 받는 동맹국들에게 경제적 협력과 더불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경제 정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 해결을 넘어선 국제 질서 재편의 의도를 내포합니다.
  4. 관세의 전략적 활용: 트럼프 행정부의 시그니처 정책이었던 관세는 마러라고 협정 구상에서도 핵심적인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를 통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달러 약세 유도의 보완적인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트리핀의 딜레마 타개를 위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마러라고 협정 구상이 제시하는 미국의 전략은 트뤼핀의 딜레마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합니다.

  • 환율 조정 통한 무역 균형: 달러 약세를 유도하여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촉진함으로써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트뤼핀의 딜레마가 야기하는 제조업 약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겨냥합니다. 이는 과거 플라자 합의의 성공 경험에 기댄 것으로 보입니다.
  • 해외 자본의 비용 분담: 미 국채의 영구채 전환 등은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부담해 온 국제 유동성 공급 비용을 해외 자본 보유국들에게 분담시키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이는 트뤼핀의 딜레마로 인해 미국이 감수해야 했던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시도입니다.
  • 경제적 압력 통한 안보 강화: 경제와 안보를 연계함으로써 동맹국들의 경제 정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관철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이는 트뤼핀의 딜레마가 단순히 경제 문제를 넘어선 패권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면적인 접근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도전과 우려: 새로운 질서인가, 혼란의 시작인가?

마러라고 협정 구상이 트뤼핀의 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한 미국의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이 구상에는 여러 가지 도전과 우려가 따릅니다.

  • 달러 위상 약화 위험: 미 국채의 강제적 재조정이나 일방적인 통화 정책은 달러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위상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제 금융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자본 유출을 초래할 위험도 있습니다.
  • 국제적 반발과 동맹 균열: 플라자 합의 당시와는 달리, 현재의 글로벌 경제 환경은 훨씬 복잡하고 다극화되어 있습니다. 중국과 같은 주요 경제국들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으며, 동맹국들 역시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미국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동맹 관계의 균열을 초래하고 국제 공조를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실현 가능성의 불확실성: 마러라고 협정 구상의 상당 부분은 상당히 급진적이며, 실제 국제 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특히 강제적인 채무 재조정 등은 전례 없는 조치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예측 불가능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한계: 트뤼핀의 딜레마는 단순히 환율이나 재정 문제로만 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마러라고 협정 구상이 제시하는 방안들이 과연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결론: 예측 불가능한 미래 속 미국의 선택

트뤼핀의 딜레마는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오랜 시간 안고 온 숙명과 같은 문제입니다. 마러라고 협정 구상은 이 딜레마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잠재적인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과거의 '플라자 합의'를 소환하면서도, 훨씬 더 강경하고 일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국제 경제는 상호 의존적이며, 일방적인 정책은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마러라고 협정 구상이 실제 현실화된다면, 이는 단순한 경제 정책 변화를 넘어선 국제 질서의 대격변을 의미할 것입니다. 미국이 트뤼핀의 딜레마를 타개하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은 필연적으로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나타날 파장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든,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시스템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세계는 미국의 다음 수를 주시하며,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의 윤곽이 어떻게 그려질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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