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일배송, 새벽 배송의 시대를 뛰어넘어, 이제는 1시간 내 배송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퀵 커머스 (Quick Commerce)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지요. 최근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퀵커머스와 네이버 배송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오늘 배송', '일요배송', '새벽배송', 그리고 '지금 배송' 등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퀵커머스는 무엇인지, 등장의 배경, 그리고 문제점 및 향후 전망등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퀵커머스란 무엇인가?
퀵커머스(Quick Commerce)는 주문 후 1시간 이내, 더 나아가 10~30분 내 배송을 지향하는 초고속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를 말한다. 전통적인 이커머스가 ‘내일 배송’을 내세웠다면, 퀵커머스는 ‘지금 배송’을 구현한다. 핵심은 도심 물류 인프라, 배달 인력, 재고 예측 기술의 결합이다.
배달앱에서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실시간으로 주문하고, 배달원 또는 물류센터가 10분 만에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쿠팡이츠마트, 배민B마트, 요마트, GS더프레시 퀵배송 등이 주요 사업자다.
왜 퀵커머스가 등장했을까?
① 코로나19 팬데믹은 ‘외출 없이 즉시 소비’를 확산시켰고
② 1~2인 가구 증가는 ‘소량·즉시 구매’ 수요를 확대했으며
③ 배달앱의 대중화로 ‘즉시 배송에 대한 기대’가 일상화되었다.
여기에 모빌리티 기술, 데이터 분석, 위치기반 서비스의 고도화가 결합되며 퀵커머스는 일종의 생활 습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습관 변화’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기업이 만든 소비 구조 변화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퀵커머스 시장 구도
현재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대형 자본과 플랫폼 중심으로 과점화되는 흐름이다.
- 쿠팡이츠마트: 쿠팡의 물류망과 라이더 시스템을 기반으로 ‘단일 플랫폼 최단시간 배송’을 실현
- 배민B마트: 전국 30여 개 도심형 다크스토어를 운영하며 신선식품 중심 퀵커머스
- 요마트: 요기요의 퀵커머스 진출로, ‘배달앱에서 장보기’ 확산
- GS더프레시: 오프라인 편의점·마트망을 활용한 하이브리드형 퀵커머스
이 외에도 스타트업 및 유통 대기업들의 진입이 시도됐으나 높은 진입장벽과 수익성 악화로 인한 이탈이 빈번하다.
퀵커머스의 구조적 문제점
높은 고정비: 도심 내 다크스토어 임대료, 전용 라이더 운영비, 재고비용
수요 예측 실패 리스크: 소비자의 충동적 주문 특성상 재고 편차 심함
물류 노동력 착취 논란: ‘10분 배송’이라는 목표가 라이더에겐 과속·과로로 작용
서비스 품질 저하: 과도한 속도 경쟁으로 인한 누락, 파손, 오배송 문제
환경 문제: 과도한 포장재, 빈번한 소량배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 증가
결국, 퀵커머스는 ‘기술 기반 혁신’이라기보단 ‘속도의 강박’에 갇힌 서비스가 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진정 좋은 것인가?
퀵커머스는 소비자에게 즉시성의 만족감과 시간 절약이라는 명확한 효용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역효과가 존재한다:
- 습관성 소비 유도: 필요 없는 소비까지도 ‘지금 배송되니까’ 구매
- 비용 부담 증가: 빠른 배송을 위한 프리미엄 요금 또는 가격 인상
- 의존성 심화: 재래시장, 오프라인 상점과의 단절
- 소비자의 선택지 축소: 결국 1~2개 플랫폼만 남아 독점화
즉, 퀵커머스는 단기적 편의는 주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 권한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인프라 투자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
퀵커머스를 유지하려면 도심 물류창고, 자동화 재고시스템, 배차 알고리즘,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등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투자는 현재 대부분 VC 자금 또는 대기업 자본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즉, 퀵커머스는 ‘대기업 전용 산업’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치킨 게임: 시간 단축이 경쟁력일까?
현재 시장은 ‘10분이냐 15분이냐’의 속도 치킨게임에 빠져 있다. 결국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 출혈 경쟁: 무료배송, 할인쿠폰, 배송 인건비 보전 등으로 손실 지속
- 서비스 품질 하락: 속도를 우선시하다 보니 배송 정확도 저하
- 지속 불가능한 구조: 수익성은 낮고, 고객 충성도는 낮은 딜레마
퀵커머스는 속도의 전쟁으로 스스로를 소진하고 있다.
결국은 독점 또는 과점으로
퀵커머스는 결국 1~2개의 독점 또는 과점 구조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진입 장벽이 높고, 브랜드 충성도가 플랫폼 단위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
- 가격 인상 가능성: 경쟁자가 사라진 뒤엔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
- 공공재화된 물류망의 사유화: 물류 인프라가 민간 독점 기업에 집중
- 소비자 권한 축소: 선택지가 사라지고, 플랫폼 종속화 심화
Quicker is better? 빠름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
퀵커머스는 분명 소비자에게 편의와 시간을 절약해주며, 유통의 미래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도한 인프라 의존, 지속 불가능한 수익 구조, 노동력 착취, 시장 독점 가능성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또한 초기의 거대한 인프라 투자 비용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퀵커머스는 기술 혁신인가, 자본의 속도 착취인가?” 이 질문에 더 정직하게 답할 필요가 있다.
나는 믿는다. "Quicker is not better all the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