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운명의 아이러니: 조은석 대 윤석열, 역전과 반전의 드라마, 운명의 장난

by 쓸모 & 쓰임새 2025. 7. 9.
반응형
SMALL

 

 

인생은 예측 불가능한 역전과 반전의 연속이라 했던가. 그 어떤 소설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가 바로 지금 대한민국 검찰과 정치의 한복판에서 펼쳐지고 있다. 한때는 같은 꿈을 꾸며 정의를 쫓던 '특수통' 선후배 검사 조은석과 윤석열. 이제 그들은 각각 내란 특검과 범죄 피의자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위치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법정 공방을 넘어, 권력의 속성, 인간 관계의 아이러니, 그리고 운명의 잔인한 장난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조은석 특검과 윤석열
2017년 10월 23일 조은석 당시 서울고검장(오른쪽)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앞서 국감장에 도착하는 의원들을 기다리는 모습. 뉴스1

 

 

 

검찰 내 특수통의 탄생: 선후배의 엇갈린 시작

조은석 특검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인연은 검찰이라는 특수한 조직에서 시작되었다. 사법연수원 19기인 조은석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 4기수 선배다. 검사 임용 초기부터 조 특검은 뛰어난 수사 능력과 함께 남다른 친화력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200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나라종금 사건' 당시,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이 직접 조은석 검사에게 조사를 받고 싶다고 지목했을 정도였다. 이는 그의 능력이 얼마나 출중했는지, 그리고 피의자마저도 그를 신뢰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화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 검사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 (사법연수원 23기)은 조은석 선배가 최순영 부인을 조사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고 전해진다. 이 장면은 훗날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역전될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래서 더욱 아이러니한 운명의 한 페이지였다.

 

조 특검은 이후에도 세월호 참사 합동수사를 지휘하는 등 굵직한 사건들을 맡으며 '특수통'의 입지를 굳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서울고검장, 법무연수원장을 역임하며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 늦깎이 검사로 임용되었지만, 강직한 성품과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강골 검사'의 이미지로 역시 '특수통'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 수사팀장을 맡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고,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오르며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반응형

엇갈린 운명: 검찰총장 윤석열, 그리고 변호사 조은석

두 사람의 운명은 문재인 정부에서 극적으로 엇갈리기 시작했다. 2019년,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발탁되면서 조은석 특검은 검찰 조직을 떠나야 했다. 4기수나 선배인 조 특검의 입장에서는 후배가 총장이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는 정든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많은 이들은 윤석열이 검찰의 최고 정점에 올랐고, 조은석은 공직에서 물러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반전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조 특검은 이후 감사원 감사위원, 감사원장 권한대행을 지내며 다시 공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24년,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아니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제안을 받게 된다. 바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제안이었다. 후배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그것도 국가의 근간을 흔든 '내란' 혐의로 수사하는 특검의 자리. 조은석 변호사는 고심 끝에 이 제안을 수락하며 역사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왔다.


역전된 관계: 수사하는 자와 수사받는 자

7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더 이상 선후배 검사가 아니었다. 한때는 같은 조직에서 정의를 외치던 동료였지만, 이제는 내란 특검과 피의자라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위치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조은석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강대강 대결을 불사했다. '12·3 비상계엄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그 칼날은 윤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등 공범들까지 겨누고 있다. 이들의 대결은 단순한 법적 공방을 넘어, 우리 사회에 권력 남용에 대한 경고와 민주주의의 가치 수호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조은석 특검의 수사는 '직권남용'과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등 구체적인 혐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와 관련된 부분은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검팀은 당시 계엄을 선포하려던 일련의 움직임이 단순한 검토를 넘어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6년 전 웃었던 尹…이번엔 조 특검이 칼자루

조 특검과 윤 전 대통령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6년 전이다. 2019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물러나면서 두 사람은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당시 조 특검은 서울고검장,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당시 법조계는 조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의 4기수 선배이기 때문에 조 특검의 총장 임명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조 특검은 문 전 총장보다는 한 기수 아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을 총장으로 파격 발탁했다.

 

후배가 검찰총장이 되자 조 특검은 검찰을 떠나 변호사 개업을 했다. 2021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4년간 감사원 감사위원, 감사원장 권한대행을 역임하며 공직 생활을 이어갔다. 조 특검이 감사원에 있던 시절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었다.

 

12·3 비상계엄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사람의 운명은 또 한번 엇갈렸다. 조 특검은 이제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는 특별검사가 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하는 자와 수사받는 자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창과 방패의 대결이 앞으로도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벌을 넘어선 운명의 격돌: 역사의 심판대에 선 두 사람

이제 조은석과 윤석열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삶을 넘어선다.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건이 되었다. 조은석 특검은 자신의 오랜 후배이자 한때 검찰 조직을 함께 이끌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법의 엄정함을 보여줘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그의 수사는 법치주의의 확립과 민주주의의 수호라는 큰 명제 아래 진행되고 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고, 자신의 행위가 결코 내란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밝혀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 있다. 그의 명예는 물론, 그의 정치적 미래까지 이번 수사의 결과에 달려 있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반전의 연속이라고 한다. 한때 검찰 내에서 탄탄대로를 걷던 선후배가, 이제는 특검과 피의자라는 극적인 관계로 마주하게 된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권력의 무상함, 인간 관계의 복잡미묘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운명의 장난까지.

 

조은석 특검의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지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의 드라마는 이미 대한민국의 역사에 깊게 각인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우리 사회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그리고 권력 남용에 대해 얼마나 엄정하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이 극적인 드라마의 결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역사는 그들의 마지막 대결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