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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 김병수, 나를 향한 다정함이 곧 치유의 시작

by 쓸모 & 쓰임새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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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는 독자들에게 나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자,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임을 명확하고 차분하게 전달하는 귀한 지침서이다.

 

 

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

 

 

김병수 원장의 저서 <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는 현대인의 복잡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흔히 외부 요인으로 치부하는 상처의 근원을 ‘나 자신’에게서 찾으라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띠지에 적힌 "나에게 먼저 다정한 사람이 되세요"라는 문구는 유교적 가치관에 익숙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남에게는 춘풍처럼 부드럽게,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정하게 대하라는 '춘풍추상'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제안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통념이 오히려 우리를 옥죄고 병들게 하는 강박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진정한 치유는 나를 향한 다정함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이 여타 정신과 의사들의 저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이러한  ‘상처의 내재화’와 ‘감정의 본질적 수용’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다. 대부분의 심리 서적이 상처의 외부적 원인 분석과 대처법에 집중하는 반면, 김병수 원장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무례함'이야말로 가장 큰 상처임을 역설한다.

 

외부로부터의 상처는 분노, 우울, 모멸감 등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저자는 가장 간과하기 쉬운 상처가 바로 '나 자신이 나에게 준 상처'이며, 이는 자신을 '무례하게'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정의한다. 이는 기존의 정신 건강 담론이 타인과의 관계나 환경적 요인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자기 이해와 자기 연민의 중요성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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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생존’을 위한 신호다

 

저자는 감정을 '마음이 보내는 신호'이자 '살아있음의 증거'라고 정의하며, 모든 감정에는 생존에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우울은 '상처받은 자신을 돌보라'는 메시지이고, 불안은 '위험을 감지하고 준비하라'는 경고이며, 외로움은 '혼자서는 생존에 위험하다'는 신호이고, 후회는 '추억의 힘으로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의 언어라는 것이다. 이는 감정을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 이분화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려 하는 일반적인 접근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많은 심리학 서적들이 감정 조절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관리하거나 통제하는 기술을 가르치지만, <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감정이 찾아오는 것은 막을 수 없으며, 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라는 저자의 통찰은, 감정을 다스리려는 노력 이전에 감정 자체와 '다정하게 지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한다. 이는 현대 정신의학이 강조하는 '마음 챙김(Mindfulness)'과도 일맥상통하며,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수용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트레스와 다정하게 사귀는 법: 자기 관찰과 감정의 언어화

저자는 **스트레스의 근원을 '자기 행동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느낄 때' 또는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능력이나 권한이 없다고 인식할 때'로 진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스트레스가 자기 비난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모든 것을 왜곡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저자의 제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신이 하는 일을 적고, 우선순위를 정하라'는 것이다. 이 과정은 결국 자신을 관찰하는 행위이며, 심리적 회피를 멈추고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또 다른 핵심적인 감정 다루기 방법은 바로 '감정의 언어화'다. 감정을 억지로 바꾸려 하거나 억누르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적확한 언어로 표현하라는 조언은 매우 실용적이다. "아 짜증 나" 대신 "새로운 일을 맡아서 불안하지만, 잘 해내면 뿌듯할 거야"처럼 구체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묘사하는 훈련은 감정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특히 "~구나"를 사용하여 "내가 기분이 나쁘구나"처럼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하는 방법은 인상적이다. 이는 3인칭 관찰자가 되어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는 훈련과도 연결되며, 감정에 휩쓸리는 대신 거리를 두고 지켜볼 수 있는 '자아의 힘'을 키우는 데 기여한다.

 

이는 단순히 감정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감정에 '이름을 붙여 친구처럼 대하는' 접근법으로 이어진다. 이는 감정을 대항해야 할 적이 아닌, 나의 일부이자 나에게 필요한 신호를 보내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감정을 언어화한 후에는 현재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주의를 의식적으로 '감정'에서 '가치 있는 일'로 옮기라는 조언은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최근 연구에서 '긍정적 대처' 능력이 암 환자의 생존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는, 김병수 원장이 강조하는 감정의 언어화와 긍정적 재해석이 단지 심리적 위안을 넘어 실제 삶의 질과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몸을 움직이고, 스스로 마음을 조제하라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의 서평이지만, 단순히 심리적 접근에만 머무르지 않고 '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도 차별점을 가진다. 우울감이 우울증으로 심화되는 이유를 '몸을 쓰지 않아서'라고 진단하며, 생각 속으로 도피하는 대신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을 통해 몸을 움직일 것을 권한다. 기분은 마음먹는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활동이 수반되어야 변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정신 건강을 위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인생은 생각의 축적이 아닌 경험의 축적이며, 타자와의 만남과 공감의 체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메시지는 고립된 현대인에게 몸을 움직여 세상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또한 저자는 무기력의 원인을 '순응'과 '복종'에서 찾는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고 맹목적인 유행을 따르거나 타인에게 무조건 맞추는 삶은 결국 허무함과 공허함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현대 사회에서 겪는 무기력의 본질을 꿰뚫어 보며, 개인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하다. '어떻게 자신의 감정과 다정하게 지낼 것인가?'에 대한 처방전이다. 이 처방전은 외부에서 얻는 약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조제하는 과정이다. 감정에 저항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기꺼이 받아들이고 수용하며, 자신이 주체가 되어 마음의 메시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제3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관찰하며, 삶의 '가치'를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의 늪에 빠지지 않고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것 또한 치유의 중요한 부분으로 제시된다.

 

이는 단순히 몸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수련과 유사하다. 체육관에서 땀 흘려 얻는 근육과는 다르기에 더욱 힘든 과정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마음 챙김'을 넘어선 '충만한 마음의 상태'에 이르게 한다. 이 책은 외부의 열쇠 수리공을 부르는 대신,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수리공이 되라고 우리를 독려한다. 

 

 

 
내가 만든 상처가 더 아프다
있는 감정 관리법만 골라 이 책에 담았다. “우울할 땐 나가서 걸으세요. 걷는 게 힘들다면 잠시 서 계세요. 서 있는 게 힘들면 잠시 앉아 계세요. 그것도 힘들다면 집에서라도 외출복을 입고 계시고요.”라며 감정의 수렁에 빠진 우리에게 부담 없이 반 걸음씩만 나아가기를 권유한다. 이 책에 담긴 속 깊고 현실적인 처방으로 당신의 시야를 가리고 어깨를 누르던 감정의 장막을 걷어내 보자. 먼지처럼 쌓인 감정을 툭툭 털어내기만 해도 인생이 한결 가뿐해질 것이다
저자
김병수
출판
달콤북스
출판일
2024.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