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열흘 남짓 지났다. 선거의 감격도 잠시, 새 정부는 아무런 준비 기간도 없이 곧장 “요이~땅!” 소리에 맞춰 달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몸을 풀 새도 없이 출발선에 선 그 모습은 어쩌면 불행하다. 외교도 국방도, 한 번도 직접 해보지 않은 일들이 이제부터는 '해야만 하는 일'이 된다.
취임식과 상견례 화면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세계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선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그 작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자리는 놀랍도록 커 보인다. 눈이라도 맞추려는 듯, 악수라도 하려는 듯 손을 뻗는 모습에서 긴장과 무게가 느껴진다. 승자는 옅은 미소를 띠며 그들을 바라본다. 마침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리에 올랐다는 실감을 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된 유튜브 영상이 있다. 장마철을 앞두고 전·현직 대통령의 안전 대비 회의를 비교한 것이다. 원고를 그대로 읽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과, 실무자와 토론을 주고받으며 예산 지원을 약속하는 현직 대통령의 모습이 대비된다.
목차
■ 윤석열 전 대통령: 정의할 수 없는 리더십
윤석열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일반적인 분류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그는 실무를 꼼꼼히 챙기는 마이크로 매니저도 아니었고, 위임을 통해 시스템으로 통치하는 거시형 리더도 아니었다. 무언가를 선택하지도, 신뢰하지도, 확립하지도 않은 채, 느슨한 권위와 사적 네트워크로만 정치를 풀어가려 했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기보다, 의리를 강요하고 식사로 충성을 사는 일종의 구심점에 가까웠다. 구성원들은 자율성보다는 눈치를 먼저 챙겼다. 공부하지 않으며, 배우려 하지 않고,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리더. 이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존경을 끌어낼 수 없다. 결과적으로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 중 가장 불투명하고 소통 불가능한 리더십의 전형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 이재명 대통령: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의 무게
이재명 대통령은 철저한 마이크로 매니저다. 회의 시간이 길고,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을 이어간다. 실무자의 말은 하나하나 메모하며, 그 약속을 업무 지시로 전환한다. 공직자에게는 늘 긴장과 준비가 요구된다.
그의 이력은 숫자와 제도, 정책에 강한 정무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후보 시절부터 메모를 통해 정보를 정리하고 논점을 파악하는 모습은 이례적이었다. 그가 실무를 아직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혹은 초반의 권위 확립과 ‘군기 잡기’를 위한 전술적 리더십일 수도 있다.
이러한 리더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은 고달프다. 언제 어떤 지적이 나올지 모르기에 늘 대비해야 하며, 창의적인 일보다는 ‘지시한 일’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된다.
■ 리더십의 네 가지 유형: 똑게, 똑부, 멍게, 멍부
삼성전자 권오현 전 부회장이 정리한 리더십 네 가지 유형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 똑게: 똑똑하지만 간섭하지 않는 리더
- 똑부: 똑똑하면서 모든 것을 간섭하는 리더
- 멍게: 멍청하지만 간섭하지 않는 리더
- 멍부: 멍청하면서 간섭까지 하는 최악의 리더
이 중 최악은 단연 ‘멍부’다. 그러나 조직원에게 가장 힘든 리더는 ‘똑부’일 수도 있다. 뛰어난 지식과 추진력을 갖췄지만, 실무 하나하나까지 개입하고 간섭한다면 구성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이재명 대통령은 ‘똑부’에 가까운 리더로 평가된다.
- 저자
- 권오현, 김상근
- 출판
- 쌤앤파커스
- 출판일
- 2018.09.10
■ 이상적인 리더십: 똑게의 조건
가장 이상적인 리더는 ‘똑게’다. 즉, 유능하지만 간섭하지 않는 리더. 그러나 이를 가능케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구성원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 실패를 견디는 여유와 리더십의 관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똑게 리더는 일일이 챙기지 않는다. 하지만 일이 엉망이 되지도 않는다. 위임과 신뢰, 그리고 자율의 선순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 리더십, 그 거울 앞에 서다
당신이 경험한 리더는 어떤 유형이었는가? '다 아는 척'하면서도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리더였는가, 아니면 꼼꼼하고 유능하지만 지시 일색이었던 상사였는가?그리고 지금의 당신은 어떤 리더인가? 혹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대통령의 리더십은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지만, 우리의 일상 속 리더십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직과 구성원이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권위가 아니라 신뢰, 통제가 아니라 자율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 '똑게'라는 이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