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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상법 개정이 개미 투자자에게 미칠 영향: ‘3% 룰’, 이사의 충실의무

by 쓸모 & 쓰임새 202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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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합의한 상법 개정안은 ‘공정한 자본시장’이라는 이상을 내세우며 한국 기업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법률 조문 수정이 아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이사 책임의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 소액 주주인 ‘개미 투자자’의 권익 확대라는 본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이 변화가 실제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살펴보자.

 

  

상법 개정 소액 투자자 보호 강화

 

 

 


 

‘3% 룰’ 완화: 소액주주의 견제권 회복

 

먼저 주목할 조항은 이른바 ‘3% 룰’로 불리는 규정의 완화다. 현행 상법상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이 제도는 2009년 도입 당시 대기업 오너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환영받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예를 들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2015년), 국민연금은 합병 비율에 반대했지만 삼성 측 대주주들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결국 합병이 강행됐다. 이러한 사례는 감사위원 선임만큼은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3% 룰이 실질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이번 개정안은 이 제도의 현실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감사위원이 아닌 이사 전체에 대한 3% 룰 도입 검토

지분율이 낮은 소액주주도 집단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 마련

 

이는 곧 ‘개미 투자자’도 연대하면 이사 선임 과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LG그룹이나 SK 계열사에서 이사회 구성 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심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연합을 이룬다면 이사 후보 추천 및 감시 기능 강화도 가능해진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누구를 위한 충실인가?

 

이번 개정안에서 특히 의미심장한 조항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다. 기존에는 이사가 ‘회사’를 위해 충실히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만이 아니라 주주 전체, 특히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익 보유자(stakeholder)로 확대된다.

 

실제 사례로 돌아가 보자. 2019년 한진칼 경영권 분쟁 당시, 일부 이사진은 총수 일가에 유리한 의사결정을 하면서 다수 주주들의 이익은 도외시했다. 그러나 개정 이후라면, 이런 의사결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주주 대표소송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경영진은 단순히 대주주나 총수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경영이 아닌, 장기 주주 가치를 고려한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중장기적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모두에게 우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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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 기존: 전자투표는 기업 자율
  • 개정: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전자 주주총회 필수 도입
  • 의미: 시간과 거리 제약 없는 주주 참여 → 소액주주 의결권 실현

 

독립이사제 도입

  • 개정안은 이사회 내 독립적인 외부 인사의 참여를 의무화
  • 목적: 총수나 대주주 중심의 이사회 운영 탈피 → 경영 투명성 강화
  • 예시: 미국식 이사회 구조와 유사,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효과 기대

주주권 강화: 주총은 더 이상 ‘요식행위’가 아니다

 

상법 개정은 주총 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의결권 행사가 쉽지 않아, 많은 소액주주가 사실상 주총에서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전자투표제 활성화와 함께 의결권 대리 행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떠오르는 사례는 2020년의 삼성전자 주총이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참여가 어려웠던 투자자들이 전자투표 시스템의 불안정으로 인해 의견을 행사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이번 개정은 이런 문제를 사전에 막고, 주주의 ‘참여권’과 ‘표현권’을 실질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개정안의 긍정적 영향

 

이러한 법적 변화는 다음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 기업의 투명성 향상
    경영진이 임의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워지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 소액주주의 권익 실현
    ‘주주 자본주의’가 실제로 실현되며, 개미 투자자도 주총이나 이사회 구성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 외국인 투자자 신뢰 확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다. 한국 증시의 프리미엄 요인이 될 수 있다.

부정적·우려되는 측면

 

그러나 모든 변화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 경영권 불안정 우려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외부세력이나 ‘먹튀형 헤지펀드’의 경영 개입 가능성도 있다.
    과거 엘리엇 사태처럼,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이 회사 가치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적이다.
  • 이사의 소극적 경영 가능성
    충실의무 확대는 이사에게 더 큰 법적 책임을 지운다. 이로 인해 ‘위험 회피적 경영’이 만연해질 수 있다. 성장 투자보다 방어적 운영에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 소액주주 연합의 현실적 어려움
    형식상 권한이 강화됐지만, 실제로 소액주주들이 조직화되어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여전히 정보 비대칭은 극복 과제다.

맺으며

이번 상법 개정은 개미 투자자에게 분명한 기회를 안겨준다. 더 이상 ‘주총은 대기업 행사’, ‘이사는 대주주의 수족’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게 되는 시대가 열린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의미가 있다. 제도가 바뀌었어도, 투자자가 무관심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는 이제 ‘주식 투자자’가 아니라, ‘기업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상법 개정은 그 문을 열었고, 이제 그 문을 지나 걸어갈 주체는 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