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6등급 화교, 의대 입학'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인터넷에 난무한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의대에 쉽게 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떠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며 음모 아닌 음모론을 양산시킨다. 이것은 사실일까. 펙트체크를 해보자.

1. 외국인이 의대를 쉽게 간다고?
“내신 6등급 화교 의대 ”… 거센 특혜 논란
교육부 ”지금은 사라진 전형“ 선 긋지만 실제로 존재
대학선 외국인 특별전형 통해 정원 제한 없이 모집 중
국내 네트워크 활용… 일부 대학 특별장학금 제공도
선거관리 위원회 연수원에서 중국인 해커 체포를 보도한 인터넷 신문 스타이 데일리의 기사이다. 이들의 목적은 무앗인가? 이들의 Gatekeeping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이번에는 '화교'가 타깃이다. 이 헤드라인만 보면 화교면, 외국인이면, 무한정으로 의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사나 음모론은 마치 외국 국적만 있으면 백신 패스처럼 의대 정문이 활짝 열린다는 듯 말한다.
이를 읽은 학생이나 학부모는 발끈할 것이다. 그것도 꿈에 그리는 '의대'를 그들은 특혜를 받아 입할 할 수 있다니? 이것은 내국민을 역차별하는 것이며,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고 울분을 토할 것이다.
그러나 이 보도는 사실일까?
이들 보도의 특징은 하나의 케이스를 전부로 확대하여 (일단) 보도한다. 그러면 이를 받아 유튜브나 정치색이 짙은 언론 매체에서 받아 확장시킨다. 그들 모두는 팩트 체크를 하지 않고 일단 믿는다. 언론사의 필수적인 의무인 출처나 정보원에 대한 언급이 없이 그저 보도한다.
사실은 이렇다. 허황된 음모론이다.
외국인 전형으로 '의대'에 합격한 이는, 과거 5년 동안 7명이었고, 서울대에서 중국 국적으로 합격한 이는 단 한 병도 없다고 밝혀졌다. 화교 전형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인 전형은 '정원외' 선발이다. 정원 외란 말 그대로 일반 학생이 차지할 자리를 침범하지 않는다. 한국의 의대 입학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뤄진다. 외국인 전형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의 의대 입학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 학생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외국인들끼리 경쟁하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경쟁한다. 이것을 안다면, 그냥 배가 아픈 것이다.
2. 외국인 대상 정원 외 입학 제도: 존재와 취지
2-1. 제도의 존재 여부
한국의 고등교육 체계에서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별도의 입학 전형이 존재한다. 이러한 전형은 일반적으로 '정원 외 모집'으로 분류되며, 이는 대학의 정규 입학 정원에 포함되지 않는 추가적인 모집을 의미한다. 즉, 외국인 학생의 입학은 국내 학생의 입학 정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정원 외 모집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행되었으며, 당시에는 고등교육을 희망하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정부의 정책적 판단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항목이 추가되었으며, 현재는 재외국민, 외국인, 농어촌지역 학생, 장애인 등 여러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원 외 모집이 운영되고 있다.
2.2. 제도의 시행 이유 및 입법 취지
외국인 대상 정원 외 입학 제도의 주요 목적은 다음과 같다:
- 국제화 촉진: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함으로써 대학의 국제화를 촉진하고,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 학령인구 감소 대응: 한국은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으며, 이에 따라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정원 외로 모집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 사회적 다양성 증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외국인 학생들의 유입은 사회적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국내 학생들에게도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제도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에 근거하여 운영되며, 외국인 유학생 및 성인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대입 전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
2.3. 연도별 합격 인원
외국인 대상 정원 외 입학 전형을 통해 선발된 학생 수는 매년 변동이 있으며, 다음은 일부 연도에 대한 통계이다.
- 2020학년도: 국제학 학부 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 수는 1,291명이었습니다.
- 2019학년도: 국제학 학부 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 수는 1,306명이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국제학과에 한정된 것이며, 전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2.4. 재외국민 전형
- 정의: 재외국민 전형은 한국 국적을 보유한 학생 중 일정 기간 해외에서 교육을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함
- 지원 자격: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고등학교 1년을 포함하여 중·고등학교 과정 중 3년 이상을 해외에서 이수한 경우 지원할 수 있다.
- 모집 인원 제한: 대학 전체 입학정원의 2% 이내로 제한되며, 모집단위별로는 입학정원의 5%를 초과할 수 없다.
2.5. 외국인 전형
- 정의: 부모 모두가 외국인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한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학생이 지원할 수 있다.
- 지원 자격: 부모 모두 외국인인 경우에 한하여 지원 가능하며, 국내외에서 일정 교육 과정을 이수한 경우 지원할 수 있다.
- 모집 인원 제한: 외국인 전형의 경우 모집 인원에 대한 법적 상한선은 없으며, 각 대학의 재량에 따라 정원 외로 선발한다.
3. 외국인은 누구인가?
우리는 ‘외국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은연중에 백인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에서 외국인이라 불리는 대다수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러시아계 소수민족 출신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어릴 때부터 살아온 이들임에도, 여전히 ‘너 어디서 왔니?’라는 질문을 받는다. 공공장소에서, 관공서에서, 그리고 취업 현장에서.
이쯤 되면 ‘외국인’이라는 말 자체가 하나의 낙인이 된다.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경계선 말이다. 그들에게 대입 혜택을 주는 게 특혜로 보인다면, 어쩌면 우리의 기준이 너무 오래, 너무 좁게 설정되어 있는 건 아닐까?
'다문화'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왜 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합을 '다문화'라고 부를까? 왜 굳이 분리해 이름 붙여야 할까? 이 단어는 누군가를 ‘특별히 다른 존재’로 고정시키는 라벨이다. 유독 한국만이 다문화 가정을 ‘관리’하고, ‘교육’하고, ‘지원’하려 든다. 물론 선의는 있다. 하지만 ‘다르다’는 낙인을 찍고 지원하는 건, 지원이 아니라 구조화된 차별일 수 있다.
외국인 전형은 기회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특정 배경이나 조건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이들에게 가교를 놓는 것이다. 우리가 장애인에게 경사로를 놓는다고 해서 ‘특혜’라고 하지 않듯, 외국인 전형은 ‘공정’을 재설계하기 위한 보완 장치다. 그런데 왜 이 ‘경사로’를 두고 일부는 분노할까? 혹시, 그 경사로를 타고 오는 사람이 나보다 먼저 도착할까 봐?
4. 단일민족이라는 미몽에서 깨어나라
우리는 흔히 ‘단일민족’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그런 민족은 없다. 한민족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다양한 문화를 수용해 왔다. 불교, 유교, 기독교, 할랄 음식, 타이 마사지까지. 단일민족 신화는 민족주의적 자기 위안일 뿐이다. 전 세계 인구 절벽 속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한 길은 다양성과 이민, 그리고 혼합이다. 유전적, 문화적, 인구적 다양성이 없는 사회는 쇠락한다. 우리는 혼혈 없이도 스스로를 말라죽게 할 만큼 출산을 안 하고 있다.
5. 똘레랑스의 힘
프랑스가 오랜 세월 강조해 온 ‘똘레랑스(tolérance)’는 단순한 관용이 아니다. 공존의 기술이자, 공동체 생존의 조건이다. 다름을 참아주는 게 아니라, 다름이 곧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믿음이다. 외국인을 ‘봐주는’ 게 아니라, ‘함께 사는 방법’을 익히는 일이다. 우리가 갈등 없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융합이지 동일함이 아니다.
6 자연의 섭리는 섞임이다
자연은 단일하지 않다. 한 가지 식물만 자라는 숲은 병충해에 약하고 쉽게 무너진다.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사는 생태계가 가장 건강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배경, 언어, 가치관이 뒤섞일 때 사회는 유연해지고 창의적으로 발전한다. '순수한 민족'은 환상일 뿐이다. 오히려 순수하다는 믿음은 경직되고, 배타적이며,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
에필로그.
외국인의 대입 혜택을 바라보며 분노하기 전에 묻자. 우리는 진짜 무엇에 화가 났는가? 나보다 ‘더 쉬운 길’을 택한 것 같다는 질투? 아니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있는 차별적 구조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자기 방어? 냉정하게 말하면, 외국인 전형은 우리 사회가 더 ‘사람다운 사회’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그들을 밀어낼 게 아니라, 같이 디뎌야 할 돌이다. '같이 사는 법'을 모르면, 결국 혼자 남게 된다.
재외국민과 외국인 전형은 각각의 대상과 목적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으며, 의과대학 입시에서 이들 전형을 통한 모집 인원은 전체 정원 대비 극히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들 전형이 국내 학생들의 입시 기회를 크게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일부 사례에서 낮은 성적으로 의과대학에 입학한 경우가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제도의 취지와 운영 방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부탁하자. 누가 뭐라고 말하면, "그것의 정확한 출처가 어디야?"아고 묻자. "유튜브에서 그래"라고 말하면, 그것은 믿지 않는 것이 맞다. 유튜브는 언제나 믿고 싶은 사람들이 듣고 보는 근거 없고 증거 없는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하소연의 매체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렇게 물어보라. "화교는 내신 6등급으로 의대에 갈 수 있대?"라고 말하면, "화교란 무엇인가?" "6등급이란 무엇인가?" "의대란 무엇인가?"도 같이 물어라. 가장 중요한 질문은 "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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