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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심리학-그들은 정말 당선을 믿고 출마한 걸까?

by 쓸모 & 쓰임새 2025. 4. 24.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 국가적 혼란의 틈새에서, 많은 얼굴들이 ‘출마 선언’을 한다. 대중은 묻는다. "저 사람들, 정말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는 걸까?" 정답은 심리학에 있다. 대통령 출마는 단순한 정치적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과 자아, 열등감과 보상 심리, 자기 효능감과 도취를 종합한 인간 심리의 농축된 표현이다. 한 명 한 명이 하나의 사례 연구고, 한 편의 심리극이다. 

 

그럼, 조기 대선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각자 어떤 내면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지, 심리학 이론으로 들여다보자.


대선후보 심리학

 

홍준표 –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자아 이미지 고수자

 

홍준표 후보의 출마는 마치 오래된 소설의 마지막 장 같다. 무언가 정리하고 마무리하고 싶은 심리. 심리학자 카를 로저스는 인간이 자신의 자아 이미지(Self-concept)와 일치하는 행동을 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홍 후보는 그간의 정치 생애를 통합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려 한다. 이는 에릭 에릭슨의 발달이론 중 마지막 단계, ‘통합 vs 절망’의 싸움이다. “이 삶, 나쁘지 않았지”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한동훈 –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할 수 있어’의 자기 효능감 실험

 

한동훈은 출마를 통해 본인의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시험하고 있다. 알버트 밴두라에 따르면 자기 효능감은 '내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다. 한동훈의 경우, 지지층의 기대와 언론의 조명 등 외부 자극에 크게 반응한다. 이건 순수한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강화에 반응한 도취적 출마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의 내면에는 아마 “정치라는 무대, 내가 들어가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실험 정신이 작동 중이다.

 


김문수 – 확신이 만든 인지적 왜곡

김문수 후보는 확신의 사람이다. 그러나 그 확신이 때로는 현실과 어긋나 보인다. 인지 행동치료(CBT)에서는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부른다. 그는 ‘국가를 위한 사명’이라는 대의명분으로 모든 비판을 걸러내고,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태도는 일종의 ‘구세주 콤플렉스(Messiah Complex)’에 가깝다. 신념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신념은 자기도취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안철수 – 이성과 이상주의 사이에서 분열된 자아의 통합 실험

 

안철수 후보는 과학자와 정치인 사이를 수없이 오갔다. 이번 출마는 일종의 자아 통합(Self-integration) 시도로 보인다. 에릭 번의 '자기 대화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내면에는 '어른', '아이', '부모'의 세 자아가 존재한다. 안 후보는 이성적 판단을 하는 어른 자아와, 이상을 좇는 아이 자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 그의 출마는 단순한 결단이 아닌, 자아 간 균형 찾기의 심리적 실험이다.


 

나경원 – 보상 심리와 역할 기대의 교차점

나경원 후보는 오랜 시간 '보수 진영의 희망'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작동해 왔다. 이번 출마는 **역할 기대(Role expectation)**와 **보상 심리(compensatory motivation)**가 결합된 형태로 읽힌다. 한때 스스로 기회를 양보한 기억, 당내 갈등 속에서의 상처 등이 심리적 빚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역할 수행 실패에 대한 보상’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그녀는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는 태도를 통해, 과거의 미완성 경험을 정서적으로 보상하려 한다. 동시에 ‘보수 여성 정치인의 모델’이라는 외부의 **사회적 스크립트(social script)**도 작동한다. 자기 자신을 위한 출마이면서도, 집단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이미지에 부응하려는 양가적 동기가 엿보인다.

 

국민의 힘 대선 후보 출마자들

 

이준석 – 인정욕구와 경쟁심 사이의 밀당

이준석 후보의 출마는 다분히 **자기 존중감(Self-esteem)**과 연관된 행동이다. 그는 오랜 기간 ‘가장 똑똑하지만 가장 인정받지 못한 정치인’이라는 내적 딜레마 속에서 움직여 왔다. 그의 날카로운 언변과 공격적 논리는 종종 ‘인지된 열등감(perceived inferiority)’을 방어하려는 반작용으로 보인다.

또한 그의 행동에는 **경쟁 중심적 자기 가치(self-worth by competition)**가 깊게 뿌리내려 있다. 그는 늘 게임처럼 승부를 보고, 싸움 속에서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이 모습은 아들러가 말한 ‘우월성 추구(striving for superiority)’에 가깝다. 대선 출마는 단순히 대통령이 되려는 게 아니라, ‘나를 얕본 정치권 전체를 이기겠다’는 내면의 메시지일 수 있다. 결국 그는 싸우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증명하려 한다.

 

민주당 대선 출마 후보

김경수 – 과거에 대한 보상 심리

김경수 후보의 출마는 단순한 정치 복귀가 아니다. 애들러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열등감 보상'에 해당된다. 과거의 실형과 정치적 좌절은 그의 내면에 부채 의식을 남겼을 수 있다. 이번 출마는 그 부채를 갚기 위한 심리적 시도다. 이른바 '심리적 복권'이다. “이번엔 다를 거야”라는 믿음. 하지만 복권은 늘 기대만큼 당첨되지 않는다. 그의 경우, 정치적 회복탄력성과 강한 자기 정당화가 공존하고 있다.


김동연 – 의미를 좇는 자아실현형 후보

김동연 후보는 조금 다르다. 그는 명예나 권력보다는 ‘의미’를 좇는 사람처럼 보인다. 마슬로우의 욕구 위계 이론 중 최상단,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의 욕구가 작동 중이다. 그는 정치판에서 자신만의 균형 감각과 현실 인식을 통해 ‘합리적 이상주의자’로서 자리매김하려 한다. 정치라는 불확실한 공간에서 보기 드문 ‘내면의 안정감’을 지닌 후보다.


 

이재명 – 자기 확신과 자기도취 사이

이재명 후보는 언제나 강한 자기 확신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그 확신이 때로는 현실과 충돌할 때, 그는 신념을 조정하기보다는 현실을 왜곡한다. 이는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의 대표적 사례다. 자신의 정의가 흔들릴 때, 그는 “그건 음해야”라고 받아들인다. 자기 강화(Self-reinforcement)를 통해 자기 이미지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기도취’라는 그림자도 드리워진다.


유권자의 심리학 – 무엇을 보고, 누구를 뽑을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사람들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정치인은 결국 유권자의 거울이다. 그러므로 유권자의 심리 역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자기 투영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종종 ‘나와 닮은 사람’, 혹은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에게 끌린다. 이건 자아 이상화(Self-idealization)의 심리다. 그러나 투영된 기대는 실제 능력을 가릴 수 있다. 공감은 중요한 덕목이지만, 공감만으로는 국가 운영을 맡길 수 없다.

 

둘째, 인지 부조화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미 마음속에 정해놓은 후보가 있다면, 그 후보의 단점이나 문제점을 본능적으로 외면하고 싶어진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이 내린 결정이 틀릴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숙한 유권자란, 스스로의 착각을 교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셋째, 집단 심리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선거철이 되면 “요즘은 누구가 대세래” 같은 말이 넘친다. 이때 작동하는 심리가 바로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다. '다수가 지지하는 사람을 나도 지지하게 되는 현상'이다. 이 효과는 때론 좋은 흐름을 만들 수도 있지만, 개인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다들 한다고 나도 해야 할까?"라는 질문보다, "나는 왜 그 사람을 찍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이 먼저여야 한다.

 

결국 좋은 유권자는 정치인의 심리를 꿰뚫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심리를 먼저 점검할 줄 아는 사람이다. 출마는 후보의 자유지만, 선택은 유권자의 책임이다. 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선택지를 고를 때, 중요한 건 그들의 연설이 아니라 당신 마음속의 작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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