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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뚠뚠이 돈가스, 돈가스 냄새 너머 사람 냄새가 있다

by 쓸모 & 쓰임새 2025. 4. 23.

 

울산 '뚠뚠이 돈가스'를 운영하는 박종원 씨의 선행이 화제이다. 그는 15년째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돈가스 등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 복지는 정책적 과제이다. 그러 우리의 복지제도는 한계가 있다. 아직도 소수의 낮은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한 복지에는 구멍이 존재한다. 그 복지의 간격을 박종원 씨 같은 이들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뚠뚠이 돈가스

 

사회적 안전망은 존재하는가

 

정치가 복지를 말하고, 정부가 ‘안전망’을 얘기할 때, 우리는 종종 한 가지를 놓친다. 인간은 제도보다 먼저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법률과 조례가 채우지 못하는 빈틈이 있다. 그 빈틈은 누군가의 ‘따뜻한 한 끼’로만 메워진다. 울산 남구,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뚠뚠이 돈가스’의 박종원 씨가 바로 그 틈을 조용히 채우고 있다.

 

최근 그의 이름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밥을 굶던 한 청년이, 아무런 조건 없이 이 집에서 따뜻한 돈가스를 얻어먹었다는 사연이 퍼지면 서다. “사정이 있으면 말씀 주세요”라는 메모 한 장이, 그날 그 청년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복지 정책이었다.

 

 

"그저 사람이 사람을 도운 거죠"

 

 

하지만 박종원 씨는 말한다. “정책 같은 건 모르겠고요, 그저 사람이 사람을 도운 거죠.” 이 얼마나 단순하고도 강력한 언어인가. 그의 선행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철학이기 때문이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주는 것. 그리고 그 대가로 칭찬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 것. 우리는 그런 윤리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박 씨는 자주 “저도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20대 시절 노숙도 해보고, 공장에서 일하고, 식당에서 설거지하며 버티던 나날들. 그때 누군가 밥 한 끼만 줬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기억. 그는 지금 그 기억을 되갚고 있는 것이다. “제가 하는 건 특별한 게 아니에요. 다만, 옛날의 제가 지금의 저를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생각을 해요.”

 

그는 하루에 몇 번씩 배고픈 손님들에게 말을 걸지 않고 식권을 내민다. 식권은 익명의 단골 손님들이 선결제한 것이다. 어느 날은 어떤 중년 부부가 와서 식권 열 장을 사더란다. “나도 옛날에 도움 받았으니까요.” 이 말 한마디가, 이 도시의 윤리와 품격을 말해준다.

 

'시스템 밖의 복지' '윤리로서의 온기' 

 

제도는 구멍을 막기 위해 존재하지만, 사람은 그 틈에서 살아야 한다. 사람을 위한 복지가 결국 사람에게서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지금 어떤가. 행정의 도움을 받기 위해 복잡한 서류를 떼야 하고, 기준에 맞아야 하고, 시간은 늘 지연된다. 정작 배가 고픈 사람에게 내일은 너무 늦다.

 

그렇기에 박종원 씨의 선행은 '시스템 밖의 복지'이자 '윤리로서의 온기'다. 그는 정책의 수혜자도, 재벌의 기부자도 아니다. 그냥 돈가스를 튀기는 소상공인일 뿐이다. 그런데 그가 보여주는 것은 웬만한 복지부 장관보다 훨씬 강력한 메시지를 품는다. ‘도움은 형식이 아니라 태도’라는 것.

 

그는 말한다. “이 가게가 잘 되면요, 청년들 데리고 같이 일하고 싶어요. 돈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뭔가 해줄 수 있을 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이 얼마나 담백한 꿈인가. 우리는 누군가의 선행을 ‘미담’이라며 소비하고 곧 잊는다. 하지만 박 씨의 삶은 미담이 아니라 일상이다. 매일 새벽에 재료를 다듬고, 돈가스를 튀기며, 자신을 거쳐간 사람들의 눈빛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그의 하루다.

 

누군가를 구원하는 것은 늘 작은 일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를 구원하는 것은 늘 작은 일이다. 돈가스 한 장, 정성 한 스푼, 말 없는 배려. 많은 이들이 묻는다. 우리는 좋은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가?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울산에 박종원 씨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여전히 가능성 있는 사회라는 증거라고. 고소한 기름 냄새가 퍼지는 골목 어귀. 그 냄새를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건 맛있는 돈가스뿐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가장 오래된 신념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아직 살아 있다. 뚠뚠이 돈가스처럼, 소박하고 단단하게.

 

세상은 박종원 씨같은 이들 덕분에 그래도 쓰러지지 않고 -비틀거리지만 - 버티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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