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란치스코 교황, ‘가난한 이들의 교황’으로 남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계기로, 로마 가톨릭의 교계 제도에 대해 정리를 하고자 한다.
2025년 4월 22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천 년 가톨릭 역사상 라틴 아메리카 출신 최초의 교황이자, 예수회 출신 교황, 그리고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교황으로 기록되었다. 이는 그의 삶과 사목 방향이 어떤 가치를 따르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스스로를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황"이라고 정의하며, 재임 내내 교황청의 권위주의와 폐쇄성을 벗기고 소박함과 연민, 실천적 사랑을 강조해 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화려한 궁전을 거부하며, 신자들과 눈높이를 맞춘 그의 태도는 교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성소수자, 이주민, 이슬람교도 등 사회적 경계 밖의 사람들에 대한 포용을 통해 가톨릭 교회의 보편성과 인류애를 재조명시킨 인물이었다. 재임 중 그는 끊임없이 변방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교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힘썼다. 빈민, 난민, 소외된 자들과의 연대를 강조했고, “냄새나는 양의 목자가 돼라”는 말을 통해 성직자들에게도 낮은 자리로 내려갈 것을 촉구했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영화와 다큐멘터리 속에서도 잘 드러났다.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에서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열린 성품과 깊은 신앙 성찰이 묘사되었고, 다큐멘터리 『아멘, 교황에게 묻다』(In Viaggio)에서는 청년들과 격이 없는 대화를 하는 교황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교황이라는 존재를 제도적 권위가 아닌 '동행하는 위로자'로 보여주는 상징적 기록으로 남았다.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직접 만나 "울지 마라. 나는 너희 곁에 있다"는 짧지만 깊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는 정치적, 종교적 이해득실을 넘어 “가장 낮은 자의 고통”에 귀 기울인 교황이었다. 청년들과의 만남, 순교자 성지 방문, 소외된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 사회에도 연대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중 여성 사제 서품이나 사제의 결혼 허용 등 오랜 과제로 남은 개혁 의제들을 결국 해결하지 못한 채 교황직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는 대화의 문을 열었고 토론의 장을 확대했지만, 교회 내부의 보수적인 견제와 복잡한 신학적 문제로 인해 결단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변화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개혁을 향한 여정이 언제나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여성의 사제 서품 문제, 사제의 결혼 허용 등 오래된 과제들은 그의 임기 내에 해소되지 못했고, 이는 아쉬운 지점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교회의 진정성과 인간적인 얼굴을 보여주고자 했다.
2. 로마 가톨릭 교계 제도 정리
교황 (Pope) → 추기경 (Cardinal) → 주교 (Bishop)
→ 사제 (Priest) → 부제 (Deacon)
👑 교황이란 누구인가 – 베드로의 후계자이자 ‘종들의 종’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Pope)**은 단순한 종교 지도자를 넘어선 존재다.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제자인 베드로 사도의 계승자로 간주되며,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과 양심을 지도하는 최고 목자이자 교도권의 정점이다. 바티칸 시국의 국가원수이기도 한 교황은 교회의 일치, 교리의 보존, 신앙과 윤리 문제에 대한 최종 판단권을 가진다.
교황의 공식 칭호는 무려 여덟 가지가 넘지만, 그중에서도 “하느님의 종들의 종(Servus servorum Dei)”이라는 호칭은 교황직의 근본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낸다. 이는 교회의 권위가 세속적 지배가 아니라 섬김과 봉사에 기반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교황이 착용하는 반지는 **‘어부의 반지’(Anulus Piscatoris)**라고 불리며, 베드로 사도의 고기잡이 역할에서 유래했다. 교황이 선종하면 이 반지는 공식적으로 파괴되며, 이는 권위의 종결을 의미한다.
👑 교황 (Pope)
- 가톨릭교의 최고 성직자이며, 그리스도의 대리자, 로마 대주교, 보편 교회의 수장.
- 초대 교황은 사도 베드로, 예수에게 ‘반석’(케파)이라는 이름과 하늘 나라의 열쇠를 받음.
- 교황의 복장은 완전한 흰색, 이는 청결성과 보편성을 상징함.
🔥 교황은 어떻게 뽑히는가 – 콘클라베와 성령의 선택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할 경우, **콘클라베(Conclave)**라는 비밀 선거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진행된다. “열쇠로 닫힌(con-clave)”이라는 뜻처럼, 이 선거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에서만 가능하다. 80세 이하의 추기경들만이 투표권을 가지며, 투표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나올 때까지 반복된다.
투표는 하루에 최대 네 번 진행되며, 투표 후에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흰 연기는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음을, 검은 연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음을 알린다. 새 교황이 결정되면, 제일 먼저 그에게 교황 이름을 선택하겠는지 묻고, 곧바로 **“Habemus Papam!(우리는 교황을 가졌습니다!)”**라는 선언이 로마 시내에 울려 퍼진다.
🔐 콘클라베 (Conclave) – 교황 선출 방식
- 라틴어 ‘Con clave’: ‘열쇠로 잠긴 방’이라는 뜻.
- 전 세계 추기경들 중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만 선거권 가짐 (현재 약 135명).
- 3분의 2 이상 득표로 교황 선출, 12일간 30번 투표 후에도 무산 시 과반수로 선출.
- 선출 후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올라오면 교황 선출 완료.
- 외부와의 접촉 및 통신은 금지.
🔴 추기경은 누구인가 – 붉은 수단의 ‘교황 선출단’
**추기경(Cardinal)**은 교황 다음으로 높은 서열을 지닌 고위 성직자이며, 교황 선출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는다. 전 세계 대륙을 대표하는 이들은 붉은색 수단과 고유의 반지를 착용하며, 이는 순교까지도 각오한 신앙의 상징이다.
추기경단은 바티칸 행정을 보좌하며, 교황의 고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시기에는 ‘주변부의 교회’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출신의 추기경들이 다수 임명되었다. 이는 교회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상징적 조치였다.
추기경: 교황의 가장 가까운 협력자
추기경(Cardinal)은 교황을 보필하고, 다음 교황을 선출할 권리를 가진 고위 성직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과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염 추기경은 80세가 넘었기 때문에 콘클라베 참여 자격은 유 추기경만 보유하고 있다.
⮞ 추기경 지명 요건
- 도덕적 흠결이 없고 교회 운영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성직자
- 일반적으로 주교 이상의 성직자
- 교황청 또는 세계 주요 교구에서 중요한 직책을 수행한 인물
- 교황이 직접 지명함
⮞ 추기경의 권한
- 교황 선출 참여권
- 교황청 부서 장관 역할
- 교황 자문 및 특사로서의 활동
- 주요 교구의 교구장
- 교황청 회의 및 교회 정책 자문
🪙 상징과 의미 – 반지, 붉은 수단, 그리고 종신직
반면, 추기경의 반지는 교황이 직접 끼워 주는 것이 전통이며, 이 역시 신앙과 충성의 상징이다. 이들은 붉은색 수단을 입는데, 이는 피로써 신앙을 증거할 각오를 상징한다.
추기경직은 종신직이지만, 80세 이후에는 교황 선거 투표권이 박탈된다. 이는 세대 교체와 합리적 판단을 고려한 장치로 받아들여진다.

추기경의 복장과 상징
추기경의 전통 복장은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는 진홍색으로, 그리스도와 교회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상징하다. 대표적인 복식은 다음과 같다.
- 수단(Cassock): 진홍색 긴 겉옷
- 주케토(Zucchetto): 머리에 쓰는 작은 붉은 모자
- 비레타(Biretta): 세 개의 각이 있는 붉은 사각형 모자
- 모제타(Mozzetta): 어깨 망토
- 알브(Alb), 로켓(Rochet): 예식용 흰 옷
- 가슴 십자가(Pectoral Cross), 추기경 반지: 신앙과 충성을 상징
- 페라이올로(Ferraiolo): 진홍색 망토(※ 과거 사용된 **갈레로(Galero)**는 현재는 사용되지 않음)
수단 (Cassock) | 진홍색 (Scarlet) | 순교자의 피, 교회에 대한 충성 |
로켓 (Rochet) | 흰색, 레이스 장식 | 사제직의 상징, 겸손 |
가슴 십자가 (Pectoral Cross) |
목걸이 형태, 가슴에 착용 | 그리스도와 신앙에 대한 사랑 |
주케토 (Zucchetto) | 진홍색 반구형 모자 | 성직자의 겸손과 헌신 |
비레타 (Biretta) | 진홍색 사각형 모자 | 삼위일체 상징, 순교 각오 |
모제타 (Mozzetta) | 진홍색 짧은 망토 | 교회에 대한 순종과 봉사 |
알브 (Alb) | 흰색 긴 옷 | 세례로 얻은 순수함 |
페라이올로 (Ferraiolo) | 진홍색 긴 망토 (비전례용) | 교회 내 위엄과 권위 |
갈레로 (Galero) | 붉은색 넓은 챙 모자 (현재 수여 안 됨) | 과거의 권위 상징 |
추기경 반지 (Cardinal Ring)
의미와 상징
추기경 반지는 교황이 새 추기경에게 수여하는 금으로 된 사각형 반지로, 이는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추기경의 교황과의 깊은 결속과 교회에 대한 충성을 상징합니다. 보통 반지에는 십자가나 교황의 문장, 혹은 성인의 모습이 새겨져 있으며, 추기경으로 서임되면서 공식적으로 교황에게 받는 가장 상징적인 예물입니다.
반지 수여 의식
신임 추기경 서임식에서는 교황이 직접 반지를 끼워주며, “이 반지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교회를 사랑하고, 굳건한 믿음으로 복음을 지키십시오”라는 의미의 말씀이 함께 주어집니다. 이 반지는 ‘교회와의 혼인 관계’ 혹은 ‘영적 서약’을 의미하는 성혼의 반지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추기경 반지의 형태
- 재질: 보통 금으로 제작되며 고급스러운 상감 장식이 있을 수 있음
- 형태: 일반 주교의 반지보다 크고, 더 상징적인 문양이 강조됨
- 용도: 주교나 추기경의 반지는 미사 때 착용하며, 신자들이 입맞춤(Kiss the Ring)을 통해 존경을 표현하던 전통도 있습니다.
한국의 역대 추기경
김수환 | 스테파노 | 한국 최초 추기경(1969), 민주화 운동 기여 |
정진석 | 니콜라오 | 서울대교구장, 2006년 추기경 서임 |
염수정 | 안드레아 | 서울대교구장, 사회적 약자와 연대 강조 |
유흥식 | 라자로 |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2022년 추기경 서임 |
※ 현재 유흥식 추기경만 콘클라베 참여 자격(80세 미만)을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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