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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줄 3> 일요일 일요일 밤에 -박준, 마중도 배웅도 아닌 죽음

by 쓸모 & 쓰임새 2025. 4. 26.

박준 시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일신병원 장례식장에 정차합니까 하고 물으며  버스에 탄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가  운전석으로 가서는

서울로 나가는 막차가 언제 있습니까 묻는다

자리로 돌아와 한참 창밖을 보다가

다시 운전석으로 가서  내일 첫차는 언제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

 

 

블랙리스트

 

몇해 전 아버지는  자신의 장례에 절대 부르지 말아야 할

지인의 목록을 미리 적어 나에게 건넨 일이 있었다

금기형, 박상대, 박상미, 신천식, 샘말 아저씨, 이상봉,

이희창, 양상근, 전경선, 제니네 엄마, 제니네 아빠,

채정근 몇은 일가였고 다른 몇은 내가 얼굴만 알거나

성함만 들어본 분이었다

 

"네가 언제 아버지 뜻을 다 따르고 살았니?"라는

상미 고모말에 용기를 얻어

지난봄 있었던 아버지의 장례 때  나는 모두에게 부고를 알렸다

빈소 입구에서부터 울음을 터뜨리며  방명록을 쓰던 이들의 이름이

대부분 그 목록에 적혀 있었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8)로 한국시 독자의 외연을 폭넓게 확장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박준의 세번째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일상의 소박한 순간을 투명한 언어로 포착하는 특유의 서정성으로 신동엽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편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문학성 또한 공고하게 입증해왔다. 7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저자
박준
출판
창비
출판일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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